유리 종류를 여쭤보면 대부분 "강화유리 아니면 일반유리"로 답하시지만, 실제로는 그 중간 성질을 가진 반강화유리(열처리유리)가 적지 않게 쓰이고 있습니다. 일반유리를 가열한 뒤 급랭시켜 만든다는 제조 방식은 강화유리와 비슷하지만, 냉각 온도와 속도를 다르게 조절해 강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강도만 낮은 것이 아니라 파손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강화유리는 충격을 받으면 좁쌀 크기로 산산조각 나는 반면, 반강화유리는 일반유리처럼 큰 조각으로 갈라지되 파편이 날카롭게 튀지 않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풍압이나 열충격을 견뎌야 하면서도 파손 시 안전성이 요구되는 발코니 창, 커튼월, 지붕 채광창 등에 종종 사용됩니다.
강도는 낮아도, 열처리 유리는 여전히 현장 타공의 적이 아닙니다.
문제는 타공 가능 여부입니다. 강도가 낮다고 해서 타공이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열처리 과정에서 유리 내부에 남은 응력(잔류 스트레스)은 강화유리보다는 적지만 일반유리보다는 분명히 높아, 드릴이 진동을 주는 순간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길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강화유리도 강화유리와 마찬가지로 현장 타공보다는 재단 재가공을 우선적으로 권해드립니다.
재질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강화유리처럼 뚜렷한 각인이 없는 경우가 많고, 육안으로는 일반유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제작 도면을 확인하거나, 편광 필름을 통해 유리 표면의 응력 무늬를 살펴보는 방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강화유리는 국내보다 해외 커튼월 프로젝트에서 먼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자재로, 최근에는 국내 신축 건물의 발코니 확장창이나 루프탑 난간 유리에도 점점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강화유리 대비 단가가 낮으면서도 일반유리보다는 내풍압성이 높아, 시공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안전성의 절충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런 배경을 모르는 입주민이나 건물주는 강화유리로 오인해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흔해, 저희는 상담 초반에 반드시 재질부터 다시 확인해 드립니다.


